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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홍 도전기

by 중역문 202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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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시 말해서, 소통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이 단절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각자만의 소통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이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터 크게 벗어났을 뿐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아니 그보다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야심작이었던 '싸이월드'가 흥행했던 때를 떠올려 보자. 사람들은 사진과 영상 또는 글을 업로드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때로는 BGM(배경음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이별 노래로 BGM을 바꾸는 경우는 주변인들에게 '헤어졌음'을 암시하고, 본인을 위로해달라는 간접적인 표현에 해당했다.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이러한 형태의 소통방식은 더욱 첨단화되었다.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탄생이 불러온 효과겠지만, 어쩌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대사건으로 인해 급속하게 발전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로 인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릴스, 유튜브의 숏츠, 틱톡 등 숏폼 컨텐츠가 흥행하고,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과거 'BJ'로 불리며 일부 매니아층에게만 사랑받았던 인터넷 방송인들은 이제 '유튜버'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들이 선망하는 꿈의 직업이 되었다. 

나는 유튜브를 많이 챙겨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카타르 월드컵 당시 고프로를 들고 다니는 수많은 유튜버들 중 곽튜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유튜버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나로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을 드러내는 그들이 정말 대단해보였다. 

 

나도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서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2019년 말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여, 일일 평균 200여 명의 방문자를 기록하며 처음 블로그의 세계에 빠졌고, 2020년에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 일일 평균 800여 명의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무렵 내 글을 접한 누군가 댓글을 통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소개해주어, 두 차례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나 자신을 감추기 위한 노력을 크게 하지 않기 때문에, 내 글들을 종합해 보면 나라는 사람을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나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유튜브 세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채널도 개설했지만, 나를 드러내기가 어려워 제대로 도전도 못해보고 끝나버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튜브 도전을 꺼리는 게 '누군가 나를 알아보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채널 속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틱톡'이나 '빌리빌리' 등 중국 영상 플랫폼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얼굴에는 AR 가면을 썼지만 말이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랩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반응을 이끌 수 있었다. 한국 랩도 인기가 있었지만, 중국 랩 커버 영상을 올렸을 때 반응이 훨씬 좋았다. 그러나 영상 편집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무엇보다 장소에 제약이 컸다. 전용 장비도 없고, 아파트에서 큰 소리로 랩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도전하게 된 것이 바로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다. 샤오홍슈의 경우 영상보다는 1000자 이내의 짧은 글, 카드 뉴스 등에 최적화된 SNS 플랫폼이다. 타 플랫폼에 비해서 정보 전달에 강점이 있었고, 자극적인 내용이 덜하다는 부분이 내게 와닿았다. 그리고 2023년 1월에 샤오홍슈 계정을 개설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스토푼'이라는 계정으로 월드컵 관련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축구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타겟화하여 글과 영상물을 올렸고, 월드컵 관련 영상들은 쉽게 1만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다 난관에 봉착했는데, 컨텐츠를 지속해서 올리기가 어려웠던 점이다. 월드컵 당시 촬영한 영상물은 한정적이었고, 매번 월드컵 또는 축구 경기를 찾아 다니며 영상물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컨텐츠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한 결과, '한국 유학'에 대한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대학에서 유학생 담당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기에 공신력 있는 정보를 올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영역이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샤오홍슈 계정을 '전직 국제교류처 담당 스토푼'으로 바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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